Skip to main content

2008  Life is beautiful. : Being like a dream way : She, the beauteous flower

인생은 아름다워. : 꿈결 같은 인생 : 그녀, 아름다운 꽃

Project 行間 02_홍지윤展 / HONGJIYOON / 洪志侖 / painting.video

The 11th Solo Exhibition

0304 ▶ 0329

1

 

꿈결같은 인생 ● 노래하는 푸른 하늘 / 노래하는 강 물결 / 노래하는 분홍 꽃잎 / 노래하는 마지막 잎새 // 흥에 겨운 한 때 / 꿈결같은 인생 / 인생은 아름다워 //

그녀, 아름다운 꽃 ● 고운 흙 위에서 작은 그녀가 잠깐 낮잠을 자고 있었다. / 지나가던 바람 한 자락이 바다를 구경하러 가려다 / 그 고운 자태에 눈이 멀어 그만 그녀를 깨워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녀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녀를 소모하기 시작했다. // 늦은 봄날 저녁, 정원에 무더기로 피어난 / 무겁고 희고 탐스러운 그녀를 흔들자, / 머리 위로 어깨 위로 그녀의 몸이 후두둑 떨어진다. / 어찌된 일인지 종일 온 몸을 누르던 피곤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 봄날이 지나 이제 막 화려해 지기 시작한 / 그녀가 햇살 곁에 그늘을 드리워 얼굴을 간지럽힌다. / 그렇게 비릿하던 마음도 늦봄 이른 오후의 햇살 덕택에 / 그녀 덕택에 개운한 日光浴을 한다. // 한여름, 속눈썹위로 쏟아지는 햇빛에 눈이 부신채 / 작고 야물고 가실한 수많은 그녀들을 바라본다. / 작고 작은 그녀들이 나에게 말을 건넨다. / 나는 예전에도 살아왔고 지금도 살고 있고 / 또 이다음에도 살아갈 거라고 / 다행히도 봉오리마다 꽃망울마다 짙은 향내가 들어있어서 / 앞으로 한참을 더 살아내야 할 그녀의 작은 몸이 조금 덜 힘겨워 보였다. // 그녀는 그저 부드럽게 흐르던 물길위에서 / 봄이면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작고 작은 연두 빛 잎사귀 하나였다가 / 여름이 되어 그 크기가 커진 탐스런 한 송이 꽃 덩이가 되었다가 / 가을이 찾아오면 세상을 물들일 만큼 깊고 화려한 단풍나무 한 잎이 되어 / 다시 물길과 함께 흐르고 또 흘러 / 한겨울이 되어도 굳게 얼어붙은 심연에서조차 쉬지 않고 봄을 꿈꾸었던 / 한없이 물기어린 꽃 뿌리 하나였기 때문에. // ■ 홍지윤

Project 行間 2008.1_2009.12 ● ‘본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아는 만큼 보이거나, 보고 싶은 것만을 선택적 무의식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가? 그것은 일상과 예술작품을 대하는 태도 모두에 해당한다. 문학적 용어인 행간은 그러한 표면적 해석에서 벗어나 좀 더 진지한 태도로 작품이나 창작자의 의도를 비교적 정확하게 접근하기를 바라며 마련한 방법론일 것이다. 줄과 줄 사이에 비어 있는 공간인 행간을 그저 문자 그대로 해석하기 보다는 숨은 속내, 어쩌면 진정성에 더 닿아있을 지도 모를 너무나 까발리길 원치 않는 작가적 속내일지도 모른다. ● 더 갤러리는 2008년부터 2009년 2년간에 걸친 아주 긴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옴니버스 형식의 전시로서 개개의 개인전형식의 전시를 보여주면서 거시적으론 하나의 이야기를 펼치는 것이며, 펼쳐질 하나의 이야기는 다름 아닌 ‘행간’의 이야기들인 셈이다. ● 이 프로젝트 ‘행간’에서 보여질 작가들은 현대 대한민국 미술계의 허리에 해당하는 작가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들의 작업에 대한 진중한 태도는 이미 수차례에 걸친 그들의 전시로 보여진 바 있다. 그들이 읽어낼 행간은 개인적 작업구조와 미술이라는 오래된 가치에 대한 불변, 예술과 작가의 관계가 작업으로 등장할 것이며, 그들과 사회, 미술이란 영역 속의 작가적 위치, 대한민국 미술계의 현주소와 작가의 위치는 더 갤러리와 미술판 글쟁이들이 함께 읽어나갈 행간이 될 것이다. 자꾸만 무언가를 범주화 시키고, 또래를 묶고, 스팩트럼을 나누는 작업도 분명 필요한 일 일테지만 그것들이 수리적으로 완벽하게 분리되지 않는 예술과 인간의 이야기를 행간으로 읽어내는 작업도 반드시 필요한 지점이라는 생각이다. ● 바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조금 무모해 보이는 이 긴 프로젝트는 보는 이의 힘이 함께 호흡해야만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100미터 달리기의 벅찬 숨과 산책로의 느린 호흡 중 어느 것이 더 아름답거나 가치 있다고 비교할 수 없는 일처럼 시대의 흐름을 빠르게 짚어내면서 분류시키는 작업과 그 행간을 보고자 하는 일이 비교의 대상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2008~2009년 더 갤러리 프로젝트 행간에서 만날 작가는 원혜연, 홍지윤, 이기섭, 박현선, 김일용, 박소영, 이상준, 염성순 등이며 모든 전시가 완료된 후 작가론으로 묶여 책으로 발간하는 사업까지가 프로젝트 행간의 마침이 될 것이다. 자, 이제 느리게 준비 호흡을 하고 함께 시작해 보자!

삶을, 사랑을 소요消遙하다 ● 홍지윤의 그림은 詩다. ● 형형색색의 꽃들이 홍지윤의 붓에서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사이좋은 새들이 홍지윤의 붓끝을 타고 겅중겅중 꽃사이에서 노닌다. 화선지 위에서 이정도면 한 판 제대로 잘 놀았구나 싶은데 무어가 아쉬운지 빈 여백도 없이 공간을 타고 글들이 흐른다. 그리고 그곳에 흐르는 글들은 너무도 정직하게 읽히는 홍지윤의 일기요, 詩다. 홍지윤에게 일기와 시, 그리고 그림에는 순서가 따로 없다. 그저 날들을 살며 기록한 일기가 시가 되고, 시가 그림이 된다. 거꾸로 그림이 시로, 일기로 둔갑하기도 하니 그러하다는 말이다. 그렇게 적어넣은 삶과 사랑을 순응이라도 하듯 글자와 화면 사이사이를 다시 먹으로 일일이 채워나가는 노동같은 작가적 習은 차라리 유희처럼 보인다.

홍지윤의 그림은 노래다. ● 꽃도, 새도, 시도, 물방울도, 이름모를 점들도 홍지윤의 화폭 위에선 춤을 추는 듯 보인다. 옛화론에서도 익히 말하듯 붓끝에서 그의 기운이 생동하기 때문이고, 그 생동하는 기운이 마치 리듬으로 읽혀 그림을 보는 것인지 음악을 듣는 것이지 가늠이 필요없는 심상의 노래가 된다. 붓으로 노래하는 그의 작업은 외롭거나 슬픈 아다지오adagio라기보다 행복하고 따뜻한 미뉴에트minuet 같다. 그렇다고해서 그저 말랑말랑한 감정의 얄팍함으로만 보아서는 안된다. 자신보다 타자를, 21세기에 문인정신을 담담한 곡조로 노래할 수 있다는 것은 삶의 질곡을 어느 정도 맛본 후에야 비로소 가능한 미소 같은 구석이 보이기 때문이다.

홍지윤의 그림은 그녀다. ● 타자에 대한 사랑도, 그림을 그리는 마음도 저렇게 시와 노래로 이야기하는 홍지윤이다. 그래서 그의 시와 노래는 다름 아닌 바로 자신의 이야기인 셈이다. 그러니 어찌 홍지윤이 그 모든 것이 담긴 그림 그리기를 멈출 수 있겠는가. 이 멈출 줄 모르는 작가는 다시 다른 방식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엮어 새로운 화면으로 보여주는 영상작업이다.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다만 조금 더 달라진 화면의 구성과 홍지윤의 새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을 뿐. 그리고 보여지는 방식이야 그 무엇이 되었든 홍지윤 그림은 결국 자신의 이야기가 되고 만다.

홍지윤, 삶과 사랑을 소요하다. ● 전통의 방법을 막연히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이기에 고수하고 있는 먹과 종이. 그런 그를 두고 화선지 위에 먹과 붓으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려 넣었으니 굳이 옛문헌이나 기록에 의존한다면 현대판 문인화라고 끼워맞출 수도 있을 것이다. 먹으로 그린 후 미디어와 라이트박스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 있으니 퓨전 동양화라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굳이 그렇게만 단정지어 부르고 싶지는 않다. 시를 짓고, 그림으로 노래하는 홍지윤은 문인보단 이 시대의 예술쟁이로, 퓨전 동양화보단 포스트 동양화로 더 질펀하고 더 폭넓게 제대로 놀아주길 희망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것은 마치 장자의 우화에서 나온 이야기 소요유消遙遊와 같다. 장자가 말한 유희는 단순한 의미를 너머 그 속에서 드러나는 자유스런 마음을 승화시켜 얻어지는 정신의 해방을 뜻한다. 이런 유희는 자발적이며 신명나는 유희이다. 내가 홍지윤의 그림을 보며 ‘한 판 논다.’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 ● 그러니 어쩌면 홍지윤은 이미 삶과 사랑을 치열함을 넘어서 소요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친다. ■ 김최은영

Stroll around the woods of life and love. ● Hong’s drawing is a poem. ● Various colors of flowers bloom on her brushes. Birds in peace move freely among flowers along with her brushes. Those paintings seem to be enough on the drawing paper which normally take the void space for granted in the way of oriental drawing, but, in her drawings, there runs the full scripts of types in that with no void space. Those words come from her plain diary and poem. To her, there is none of orders in diaries, poems and drawings. It’s because diaries which describe her daily life become poems, then poems become drawings, and vice versa. As if she’s adapted to those virtues of love and life written on above, her labor-like efforts to fill up blank space one by one between letters and images with Chinese ink seem to be somewhat a kind of enjoyment. Hong’s drawing is a song. ● Flowers, birds, poems, water drops and even nameless dots appear to dance on her drawing. Emphasized in Oriental paintings, it is because her lively spirits pass into paintbrushes and eventually on her paintings. So to speak, the high-spirited liveliness is to be read as rhythms which need not to distinguish between listening to music and seeing the drawings. Trying to communicate through the touch of brushes, Hong’s paintings are a happy, hearty minuet rather than a lonely, sad adagio. However it is not meant to be shallow sentimental tricks to stir her viewers. From the fact that she can tell a story of others not herself and sing a spirit of 21st century Literary Art, we could see at her warm smile that a person can get by going throughharsh hours. Hong’s drawing is herself. ● She shows both love for others and heart for drawing with poems and songs. Therefore, her poems and songs are very self-confessed. This is why she cannot cease drawing which contains all of her characteristics. This time, ceaseless painter starts to show us her works in another way. After writing types and drawing images, she weaves those two things and work out some new media arts. Of course, this is not the first time, but it has gained some new stories about hersand compositions of screens differentiated a little than before. Whatever the media be, those things finally can be resulted in own narrativesof hers. She strolls around the woods of life and love. ● She chooses Chinese ink and Chinese drawing paper, not the just way of following the tradition, but the way of communicating herself most properly. So, some people maythink of her works somewhat a Contemporary Literary Painting. Also, the other may say she’s doing the Fusion-styled Oriental Painting in that she develops her work methods through the media tools and light boxes after drawing with Chinese ink. However, I would not like to conclude in such a narrow-viewed way. Because I want Hong, composing poems and singing throughout drawing, to be a more artist rather than literary man in this generation, and to perform broadly and widely in Post Oriental Painting rather than Fusion-styled Oriental Paintings. Besides, that is similar to the story of SoYoYoo (it means strolling around freely) from parable of Tseng-tzu. The enjoyment in Tseng-tzu pursues, beyond the simple meaning, the liberalization of mentality throughout a kind of metamorphosis. These enjoyments are self-spontaneous and full of joys. This is why I’ve used the terms of ‘play one game’ about her works. ● Therefore, maybe, I’ve got some thoughts that she already strolls around the woods of the life and the love beyond the severity of life. ■ by KIMCHOIEUNYOUNG

Vol.080304e | Project 行間 02_홍지윤展 / HONGJIYOON / 洪志侖 / painting.vid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