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회 개인전 2003.10.13-10.31 청담동 학동사거리 맥도날드 맥갤러리 홍지윤의 思惟 _ 수묵그림과 詩 <<화선지 위의 시간>> 홍지윤의 이번 전시는 우리 주변의 일상의 사물들을 먹과 선의 텃치로 그려내고 있다. 전시장이라기보다는 강남의 번화한 상점의 한 모퉁이에 액자도 하지 않은 채 전시되는 소품들은 드로잉이나 일러스트와 같이 가벼운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지난 5년간 ‘사유’를 테마로 제작해온 수묵그림을 통한 작가의 사색의 흔적을 더듬어 볼 수 있다. 이 작품들은 작업 과정에서 습작으로 여겨지거나 전시에 보여주기에는 작은 그림들이라 전시하지 않고 작업실 한켠에 쌓아놓거나, 벽면에 걸어 놓은 것들이다. 둔탁한 텃치가 느껴지는 듯한 작품들은 채색 그림에서 수묵 그림으로의 전환되는 실험적이면서 자유로운 조형의 과정을 읽을 수 있으며, ‘천상초’나 ‘우비를 입고 고개를 숙인 소녀’와 나무와 풍경들과 새들의 몇몇 이미지들은 작가가 애틋한 정감을 갖고 있으나 3회 개인전의 서문의 ‘思惟’ 시리즈의 작가의 의중에서 느꼈듯이 가슴 한구석에 묻어둔 것들이다. 작가는 1회 개인전에서 “사람은 곧 자연이며, 사람은 자연과의 교감을 통하여 순환하고, ‘미’를 향수한다”는 사유를 근간으로 꽃이 피고 지건 언제나 사람들 곁에서 그늘이 되어 주는 나무들을 작품에 상징화시키고, 음행오행관에서 유추된 색채들(赤, 靑, 黑, 白, 黃)을 대비시켰다. 그러나 실험적인 조형성으로 전통적인 생각을 재해석하고자 한 첫 전시는 2회 개인전과 마찬가지로 “그림에 대한 열의가 뜨거워 보이는 한편에는 그만큼의 거칠고 즉흥적인 낭만과 감정의 울렁임이 다소 앞서는 형국”(박영택)이라는 비평을 면키 어려웠을 것이다. 이러한 혹독한 비평에서 기인하여 작가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동양의 이상적인 세계를 그리기보다는 “사유(思惟)는 ‘생각함’이라는 뜻 외에 ‘경험으로 알게된 사실을 통하여 아직 경험하지 않은 객관적 사실을 미루어보는 능력이라는 뜻이 있다’”는 생각에서 작가의 일상의 경험과 융합된 조형의 세계를 통해 정신적 세계를 탐험하고자 ‘사유의 문’(3회)을 열었다. “나의 작업은 밤하늘의 별들, 일렁이는 바다의 물결, 매일 지나는 운동장 흙 밭의 모래알들을 마음으로 보고 느꼈던 경험에서 우러난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점과 선과 면으로 도상화되는 유동적인 학습과정이다.”(작가노트, 3회 개인전 서문) “그림을 거듭할수록 느끼게 되는 것은 맑은 마음으로 대상을 대하고 정확한 표현과 형식적 질서를 파악할 때 그림다운 그림이 될 수 있겠다”는 사유의 문에서의 생각이 강박관념으로 작용해서 작품에 영향을 주었는지, 아니면 이전의 작품들을 대비시킴으로써 조형성을 통해 사색의 여정을 보여주고자 한 “애니메이션”의 작품의 과도한 의욕 때문이었는지 ‘사유의 풍경’(4회)을 지나 작가의 정감이 보다 절제되고 섬세하게 표현된 듯한 ‘움직이는 사유’(5회)의 전시에서 “그녀의 그림들은 가벼운 리듬과 율동적인 선묘(線描) 그리고 잘 번진 먹(水墨)의 투명성을 특징으로 할 것처럼 생각된다. 그러나 아직까지의 홍지윤의 그림은 위의 장점을 두루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듯 싶다. 아마도, 그녀의 그림에는 좀더 진지하게 혹은 좀더 ‘현대 미술답게’ 하는 일종의 도그마(獨斷)가 존재하는 듯 싶다”(김영민)는 비평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작품에 여전히 드리워진 형식들을 반성해 보고 경직된 마음을 보다 자유롭게 하고자 습작이라 생각해 주저한 드로잉과 같은 소품들을 작가의 쓴 시의 구절과 함께 풀어놓는다. 어머니의 병간호를 하다가 우비를 입은 어린 소녀의 애처로운 모습을 보고 그린 그림이라든가, ‘움직이는 사유’의 주된 소재가 된 새의 이미지들이라든가, 그리고 “가을이 오는 길. 나는 마지막 당신이 가시는 길에 배웅을 갑니다. 언젠가 코스모스가 흐드러지던 날 가을 날 아침에 당신과 나는 가신 당신의 어머니를 찾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당신의 가슴은 어떤 색이었습니까. 지금 내 가슴은 온몸을 저릿하게 뒤흔드는 깊은 핏빛입니다.”라는 49제를 지내는 글귀들에서 작가의 진솔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이 전시는 작가의 사유의 시리즈들로 이어진 작업 과정을 뒤돌아보는 듯한 드로잉과 같은 가벼운 작품들을 비춰질 수 있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주변에 대한 사물들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느끼는 작가의 내밀한 감성을 엿볼 수 있다. 조관용(미학)
제 6회 개인전 2003.10.13-10.31 청담동 학동사거리 맥도날드 맥갤러리 홍지윤의 思惟 _ 수묵그림과 詩 <<화선지 위의 시간>>
제 6회 개인전 2003.10.13-10.31 청담동 학동사거리 맥도날드 맥갤러리 홍지윤의 思惟 _ 수묵그림과 詩 <<화선지 위의 시간>>
제 6회 개인전 2003.10.13-10.31 청담동 학동사거리 맥도날드 맥갤러리 홍지윤의 思惟 _ 수묵그림과 詩 <<화선지 위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