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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05-12-15 03:03] 飛上을 향한 끝없는 열정을 만난다

작성자
specialog
작성일
2015-02-22 10:12
조회
674
飛上을 향한 끝없는 열정을 만난다

새를 주제로 현대미술의 다양성 확인하는 자리
이응로·김기창 화백 작품과 전통 民畵도 전시
채성진기자 dudmie@chosun.com

입력 : 2005.12.14 22:35 33'

고양시 덕양어울림누리(www.artgy.or.kr) 어울림미술관에서는 내년 2월 7일까지 ‘하늘을 향하는 새: 꿈꾸는 날개’ 전시회를 연다.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해 온 ‘새’ 와 ‘날개’를 통해 비상(飛上)을 향한 인간의 꿈과 욕망을 들여다보는 자리다. 젊은 작가들을 통해 현대 미술의 다양성을 확인하고 옛 민화(民畵)와 문인화를 통해 선조들의 재치와 지혜도 읽어볼 수 있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김지현의 설치작품 ‘플라이(Fly)’ 연작이 관람객을 맞는다. 하얀 날개 한쪽을 돛 삼아 바다 위를 떠가는 배가 눈길을 끈다. 흰색 한지를 이용해 정교하게 만든 날개가 금방이라도 훌쩍 날아오를 듯하다. “무엇은 날 수 있고 무엇은 날 수 없다는 분별심만 내버려 둔다면 날지 못할 것은 없다”는 작가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투박한 구리선으로 만든 몸체에 색색의 아크릴 조각을 매달아 놓은 강용면의 ‘닭’, ‘꽃, 나비’는 전통적 형태 속에 경쾌한 현대적 감각을 섞어놓은 작품이다. 사석원의 설치작품 ‘까치와 호랑이’는 민화의 한 장면을 3차원으로 옮겨놓은 듯하다. 익살맞은 표정의 호랑이와 나뭇가지 위에 앉은 까치 한 마리가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한다. 서희화의 설치작품 ‘화조신선장생도’는 아이스크림을 떠 먹을 때 쓰는 작은 숟가락, 장난감 자동차, 페트병 뚜껑, 플라스틱 접시 등 쓰고 버린 폐자재를 이용, 새와 나무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홍지윤은 전통과 현대,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어우러진 수묵 영상 작품 ‘움직이는 사유: 안녕 날개’을 선보인다. ‘나의 날개는/뽀얀 깃털을 가진 나의 날개는/ 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저 멀리 지중해의 올리브빛 하늘과/ 인디고 블루의 그리스 해변으로부터/ (중략) 커다랗고 부드러운 원을 그리며/ 그 밝은 깃털 하나가/ 떨어져서…’ 등 글귀와 새, 날개의 이미지가 벽에 걸린 스크린에 3분30초 동안 투사된다.


무리지어 날고 있는 제비의 속도감이 화폭을 뚫고 나올 듯 생생한 이응로 화백의 ‘제비’, 형형한 눈빛으로 쏘아보는 듯한 김기창 화백의 ‘올빼미’, 간결한 붓질 몇 번으로 물 위에서 한가롭게 노니는 새의 자태를 오롯이 담아낸 김동협의 ‘묵조(墨鳥)’ 등 한국화 속의 새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손톱만큼 남은 초승달을 향해 날개짓하는 새를 그린 장욱진의 유화, 제주도의 풍광을 배경으로 검정 새를 화폭에 담은 변시지의 작품도 인상적이다. 소치(小癡) 허련(許鍊)의 화조 10폭 병풍, 작가 미상의 화조화(花鳥畵)도 놓치지 말자. 1층과 2층 전시장 사이에는 독수리·들꿩·황조롱이·후투티·검은댕기해오라기 등 갖가지 새들의 사진을 붙여 놓았다.


관람료는 어른 3000원, 7세 이하 어린이 1000원. 고양문화재단은 내년 1월 중순 미술관에서 미취학 아동과 초등생을 대상으로 ‘미술관은 놀이터’ 체험프로그램을 마련한다. 문의 (031)960-9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