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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경향 2010년 3월호 공간 이야기]Coffee, and Art

작성자
hongjiyoon
작성일
2015-02-25 05:20
조회
799
공간 이야기]Coffee, and Art

이번 주말에는 시내에 있는 미술관으로 가벼운 나들이를 떠나보자. 감각 있는 일러스트 작가 임주리가 전시 구경 후 알싸한 3월의 바람을 느끼며 커피 한 잔 즐기는 데이트 코스를 일러줬다. 그 날 봄비가 촉촉이 내려도 좋겠다.


천장이 높은 성곡미술관 1층 전경. 유명 작가 홍지윤의 작품과 본인의 드로잉 작품 100점을 봄에 맞게 화사하고 아기자기하게 전시해놓았다.
봄비가 내리면 유독 생각나는 운치 있는 장소 두 곳이 바로 ‘성곡미술관’과 ‘커피스트’다. 광화문 신문로에 자리한 이곳은 어느 한 곳에만 들렀다 가기에는 섭섭한,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자주 찾았던 성곡미술관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항상 그대로이기 때문에 오랜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동안 잘 지냈어?”라고 말을 거는 듯한 미술관에게 내 속마음을 다 털어놓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지금은 젊은 작가 9명의 풋풋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 봄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날,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성곡미술관으로 이른 봄나들이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성곡미술관은 두 개의 건물로 나뉘어 있고 각각 3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뒤뜰에 작은 조각공원이 있는데 잔디가 솔솔 올라오면 벤치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인다. 이곳은 갤러리 구조가 매우 다양하며, 같은 작품이라도 다른 곳에 전시돼 있을 때보다 더욱 친근하고 따뜻해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특히 나만의 시간을 갖기에 좋다. 사실 성곡미술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지만, 본인의 작품도 전시하고 있어 독자들을 위해 살짝 공개할 수 있었다.


1 리얼한 유화 그림은 점점 작품 앞으로 다가가게 하는 힘이 있다. 2 부부 작가로 열심히 활동 중인 우주&림희영 작가의 작품. 움직이는 작품으로 눈길이 자꾸 간다. 3 큐브들이 공중에 떠 있어 거울에 비치는 모습이 사이버틱하다. 4 특이한 작품 세계를 가진 유쥬쥬 작가의 작품은 엽기적이면서도 웃음 나게 한다. 3층에 전시되어 있다.
미술관 방문 후 들를 곳은 정문 앞에 자리한 ‘커피스트.’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음악 공연 후에는 술 한 잔이 당기듯, 좋은 작품을 만나고 난 뒤에는 어김없이 커피에 이끌리곤 하는데 성곡미술관에 오면 반드시 들르게 되는 곳이 커피스트다. 커피 마니아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이곳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커피 향과 오래된 나무 테이블이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준다. 커피 맛은 상상 초월. 내가 꿈꿔왔던 커피가 현실로 나타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원두를 직접 로스팅해서 내리기 때문에 머무르는 내내 커피잔에서 손을 뗄 수가 없다. 여러 나라의 커피 종류를 맛볼 수 있는 이곳은 갈 때마다 다른 메뉴를 골라 다양한 커피 맛을 볼 수 있어 더없이 행복한 카페다. 이번 주말엔 새 봄과 어울리는 작가들의 작품들과 커피 향에 함께 취해보자.


1 여성들만 그리는 박자현 작가의 그림은 사진처럼 보이지만 점을 찍어 완성한 작품이다. 2 뉴욕에서 활동 중이라는 고상우 작가의 사진 작품. 거실에 걸어놓고 싶은 욕심이 난다. 3 성곡미술관은 화장실 가는 길목까지도 화사한 봄 분위기로 꾸며놓았다. 4 커피스트 앞에 놓인 빈티지한 의자와 테이블. 5 자연스럽게 던져둔 커피 자루가 실내 분위기를 더욱 부드럽게 연출한다. 6신맛, 달콤한 맛, 고소한 맛, 부드러운 맛이 어우러진 잊을 수 없는 커피 맛. 7 여러 나라의 커피를 음미할 수 있는 테이블 위의 커피빈들. 만져볼 수도 있다. 8 커피빈을 그날그날 로스팅하는 기계. 좁은 실내에 자리를 꽤나 많이 차지하지만 기계를 보니 커피 맛에 더욱 믿음이 간다. 9 유리병 안에 담겨진 각 나라별 커피빈들이 귀엽다.

일러스트 작가 임주리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하는 오브제들을 이용해 흥미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젊은 작가다. 국내외 각종 전시회와 기획전, 개인전을 통해 주목받은 그녀의 일러스트는 생활 소품으로도 디자인돼 판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