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3호 [문화] (2008-10-24) 여성신문:도쿄 한복판에 한국예술을 심다
작성자
hongjiyoon
작성일
2015-02-25 05:12
조회
790
도쿄 한복판에 한국예술을 심다
국경 허문 예술 활동 나선 젊은 예술가들
11월 일본 ‘미키토비페스타’서 공연·전시
▲ 위부터 남지우, 정민아, 홍지윤, 황지환씨. © 여성신문 정대웅 기자
시작은 단순했다. 평소 서로의 팬임을 자처하는 ‘퓨전동양화’ 화가 홍지윤(38)과 가야금 연주자이자 밴드 보컬로 활동 중인 정민아(29)씨가 만나 의기투합, ‘함께 일본 여행이나 가볼까’라고 이야기를 꺼낸 것이 발단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자신들이 일본 주민들에게 한국의 젊은 예술을 소개하는 ‘첨병’이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평소 정민아씨의 ‘노란 샤쓰의 사나이’ 팬이었어요. 젊은 예술가들끼리 만났으니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죠. 그때 ‘일본통’인 정림씨가 이왕 예술가들이 뭉쳤으니 그냥 여행을 가기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고 제안했죠. 사실 예술활동을 빙자한 ‘공짜 일본 여행’에 더 구미가 당겼지만요.”(홍지윤)
1년간 일본에 머물며 극단에서 공연기획을 했던 한·일문화예술교류 코디네이터 한정림(35)씨가 발로 뛰어 예술가들의 발표의 장을 성사시켰다. 도쿄 가구라자카에서 열리는 거리축제 ‘마키토비페스타’에서 11월 1일과 2일 양일간 공연과 전시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구라자카의 축제에 예전부터 존재해 온 아마추어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하게 된 것이다.
공연 타이틀은 ‘시월(時越) 사랑방-가구라자카의 손님’. 가을에 열리는 축제이자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다는 의미를 담았다. ‘사랑방’과 같은 분위기의 작은 소극장에서 지역주민들과 수다를 떨듯이 예술로서 소통하게 된다.
홍지윤씨와 정민아씨는 전통예술을 바탕으로 현대와의 퓨전을 추구하고 있는 현재 한국 예술계가 주목하는 젊은 예술가들이다. 한국화를 전공한 홍지윤씨는 영상과 그래픽, 설치미술 등 다양한 매체와 직접 지은 시를 결합해 ‘퓨전 동양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있는 인물. 가야금을 전공한 정민아씨는 ‘정민아 밴드’를 이끌며 직접 작사, 작곡한 서정성 짙은 곡을 연주·노래하며 홍대 앞 클럽에서 활동하고 있다. 해금과 첼로, 기타 등과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협연으로 인디음악계에 반향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여기에 정민아씨가 끌어들인 해금 연주자 황지환(30)씨와 한정림씨가 평소 눈여겨보던 사진작가 남지우(25)씨가 합류했다. 황지환씨는 해금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컴퓨터 음악을 공부하며 국악의 현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인물. 남지우씨는 아직 학생이지만 18세 때 이미 개인전으로 데뷔했을 정도로 일찍 주목받아 왔다.
전통예술을 바탕으로 현대화를 추구하는 이들의 예술은 가구라자카 거리와도 닮아 있다.
“도쿄 한복판에 위치한 마을 가구라자카는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문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곳이에요. 쇼와시대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중산층 거주지이면서도 다양한 외국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기도 하죠. 몇백 년 된 전통 요정이 있는가 하면 프랑스 학교와 영국문화원 등 외국의 풍광을 담은 건물이 함께 존재하죠. 마을의 역사성을 배경으로 독특한 소극장과 작은 갤러리 문화가 발달해 있고요.”(한정림)
이번 공연의 특징은 가구라자카의 주민들과의 소통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것. 사전에 주민들로부터 ‘나와 가구라자카’라는 주제로 수필을 받아 이를 바탕으로 남지우씨가 현장에서 사진 및 영상 촬영을 진행한다. 밤에 공연장에서 만났던 주민들과 낮에 거리에서 다시 한 번 소통하게 되는 것. 한정림씨는 “수필에 참여한 주민들도 자신들의 마을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고 추억을 되살리는 기회가 됐다고 기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은 이들에게 있어서 일본에서의 첫 공연이다. 독일과 중국에서 전시회를 열었던 홍지윤씨 외에는 해외에서의 발표도 처음인 예술가들. 첫 일본 공연을 앞둔 이들의 마음은 설렘에 가득 차 있다.
정민아씨는 “해외에서 공연한 적이 없는데도 일본에서 공연을 보러 와준 관객들이 있었다”고 말하며 “한국적인 냄새를 바꾼 새로운 음악에 외국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황지환씨는 이번 기회에 일본 예술과 문화의 다양성을 눈으로 확인해보려 한다. 그는 “일본이란 나라는 외국에서 들여온 문화를 일본화해 자기 것으로 만들면서도 한쪽에선 전통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있는 독특한 곳”이라며 음악에 있어서도 다양한 장르가 각자의 시장을 가지고 공존할 수 있다는 점이 부러웠다고.
이번에 일본에서 선보이는 홍지윤씨의 그림들, 그리고 남지우씨가 현장에서 작업한 사진과 영상의 결과물들은 내년 1월쯤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에서 다시 한 번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시월 사랑방’은 이번 공연을 계기로 매년 가을마다 젊은 예술가들의 해외 공연을 지원하는 정례적인 행사로 정착시키고자 한다.
젊은 혈기로 무장하고 일본인들에게 한국의 예술을 알리기 위해 떠나는 이들의 행보에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1003호 [문화] (2008-10-24)
박윤수 / 여성신문 기자 (birdy@womennews.co.kr)
[블로그] http://blog.naver.com/birdysue
국경 허문 예술 활동 나선 젊은 예술가들
11월 일본 ‘미키토비페스타’서 공연·전시
▲ 위부터 남지우, 정민아, 홍지윤, 황지환씨. © 여성신문 정대웅 기자
시작은 단순했다. 평소 서로의 팬임을 자처하는 ‘퓨전동양화’ 화가 홍지윤(38)과 가야금 연주자이자 밴드 보컬로 활동 중인 정민아(29)씨가 만나 의기투합, ‘함께 일본 여행이나 가볼까’라고 이야기를 꺼낸 것이 발단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자신들이 일본 주민들에게 한국의 젊은 예술을 소개하는 ‘첨병’이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평소 정민아씨의 ‘노란 샤쓰의 사나이’ 팬이었어요. 젊은 예술가들끼리 만났으니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죠. 그때 ‘일본통’인 정림씨가 이왕 예술가들이 뭉쳤으니 그냥 여행을 가기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고 제안했죠. 사실 예술활동을 빙자한 ‘공짜 일본 여행’에 더 구미가 당겼지만요.”(홍지윤)
1년간 일본에 머물며 극단에서 공연기획을 했던 한·일문화예술교류 코디네이터 한정림(35)씨가 발로 뛰어 예술가들의 발표의 장을 성사시켰다. 도쿄 가구라자카에서 열리는 거리축제 ‘마키토비페스타’에서 11월 1일과 2일 양일간 공연과 전시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가구라자카의 축제에 예전부터 존재해 온 아마추어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하게 된 것이다.
공연 타이틀은 ‘시월(時越) 사랑방-가구라자카의 손님’. 가을에 열리는 축제이자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다는 의미를 담았다. ‘사랑방’과 같은 분위기의 작은 소극장에서 지역주민들과 수다를 떨듯이 예술로서 소통하게 된다.
홍지윤씨와 정민아씨는 전통예술을 바탕으로 현대와의 퓨전을 추구하고 있는 현재 한국 예술계가 주목하는 젊은 예술가들이다. 한국화를 전공한 홍지윤씨는 영상과 그래픽, 설치미술 등 다양한 매체와 직접 지은 시를 결합해 ‘퓨전 동양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있는 인물. 가야금을 전공한 정민아씨는 ‘정민아 밴드’를 이끌며 직접 작사, 작곡한 서정성 짙은 곡을 연주·노래하며 홍대 앞 클럽에서 활동하고 있다. 해금과 첼로, 기타 등과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협연으로 인디음악계에 반향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여기에 정민아씨가 끌어들인 해금 연주자 황지환(30)씨와 한정림씨가 평소 눈여겨보던 사진작가 남지우(25)씨가 합류했다. 황지환씨는 해금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컴퓨터 음악을 공부하며 국악의 현대화를 시도하고 있는 인물. 남지우씨는 아직 학생이지만 18세 때 이미 개인전으로 데뷔했을 정도로 일찍 주목받아 왔다.
전통예술을 바탕으로 현대화를 추구하는 이들의 예술은 가구라자카 거리와도 닮아 있다.
“도쿄 한복판에 위치한 마을 가구라자카는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의 문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곳이에요. 쇼와시대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중산층 거주지이면서도 다양한 외국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기도 하죠. 몇백 년 된 전통 요정이 있는가 하면 프랑스 학교와 영국문화원 등 외국의 풍광을 담은 건물이 함께 존재하죠. 마을의 역사성을 배경으로 독특한 소극장과 작은 갤러리 문화가 발달해 있고요.”(한정림)
이번 공연의 특징은 가구라자카의 주민들과의 소통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것. 사전에 주민들로부터 ‘나와 가구라자카’라는 주제로 수필을 받아 이를 바탕으로 남지우씨가 현장에서 사진 및 영상 촬영을 진행한다. 밤에 공연장에서 만났던 주민들과 낮에 거리에서 다시 한 번 소통하게 되는 것. 한정림씨는 “수필에 참여한 주민들도 자신들의 마을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고 추억을 되살리는 기회가 됐다고 기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은 이들에게 있어서 일본에서의 첫 공연이다. 독일과 중국에서 전시회를 열었던 홍지윤씨 외에는 해외에서의 발표도 처음인 예술가들. 첫 일본 공연을 앞둔 이들의 마음은 설렘에 가득 차 있다.
정민아씨는 “해외에서 공연한 적이 없는데도 일본에서 공연을 보러 와준 관객들이 있었다”고 말하며 “한국적인 냄새를 바꾼 새로운 음악에 외국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황지환씨는 이번 기회에 일본 예술과 문화의 다양성을 눈으로 확인해보려 한다. 그는 “일본이란 나라는 외국에서 들여온 문화를 일본화해 자기 것으로 만들면서도 한쪽에선 전통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있는 독특한 곳”이라며 음악에 있어서도 다양한 장르가 각자의 시장을 가지고 공존할 수 있다는 점이 부러웠다고.
이번에 일본에서 선보이는 홍지윤씨의 그림들, 그리고 남지우씨가 현장에서 작업한 사진과 영상의 결과물들은 내년 1월쯤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에서 다시 한 번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시월 사랑방’은 이번 공연을 계기로 매년 가을마다 젊은 예술가들의 해외 공연을 지원하는 정례적인 행사로 정착시키고자 한다.
젊은 혈기로 무장하고 일본인들에게 한국의 예술을 알리기 위해 떠나는 이들의 행보에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1003호 [문화] (2008-10-24)
박윤수 / 여성신문 기자 (birdy@womennews.co.kr)
[블로그] http://blog.naver.com/birdy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