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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 - 사랑

작성자
specialog
작성일
2015-02-25 12:34
조회
693




너에게 달과 같은
내 마음이 다가가기를

초사흘 날
그달의 한 가운데로부터
그 달이 차오르는 그곳까지
내 마음이 다가가기를

달보다 더 차갑게
달보다 더 뜨겁게
붉지도 푸르지도 않게

내 마음 그대로 하얗게







내 마음이 당신의 마음에게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순조롭고 단아하게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다툼을 하거나 상처를 받거나 가슴 아파 하는 일 없이 한 달 한 달이 지나가고
미워하거나 미움 받는 일 없이 한해 한해가 지나가고

그런 날들이 지나고 지나서

그동안 우리에게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처음만난 그날처럼 해맑은 얼굴로 우리 다시 만나
처음만난 그날처럼 밝은 이야기들만 하기로 해요.






그래도



당신이 너무나 그리워요.
아침나절 첫눈이 온다던 목소리에
살짝 마음이 흔들렸어요.
행여 일을 마친 저녁에 정말 눈이 온다면
그래도 한 번 쯤 당신도 나를 생각 하겠지.
그런 설레이는 마음이 들다가 나답게도
늦은 점심을 먹고 잠깐 단잠이 들었어요.
깨어난 오후가 되었는데도 눈이 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래 그저 하루가 또 가는구나.
했더니 결국 밤이 되자 눈이 오고 말았죠.
지금 쯤 아마 당신도 날 그리워하겠죠.
내일 아침 이 눈이 다 녹으면 조금 들었던 그런 마음이
거짓말처럼 모두 다 사그라 들테지만.
당신이 너무나 그리워요.





감사하다. 참, 아름답다.



완전히 너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
하여 완전히 내가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사실
절박한 나를 위로하듯 아무런 댓가도 바라지 않고
이 봄날에
펑펑 소리가 날듯이 내리는
순결하고도 부드러운 눈이
어리석은 내 눈을 덮는다.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
살아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참, 아름답다.






선물




파란하늘 한 봉지 너의 음성을 닮은 노래 한 봉지
너에게 주고 싶다.








술 대신 詩, 널 대신 詩




널 만나면

술 한잔
너의 입술
술 한잔
너의 목덜미
술 한잔
너의 어깨
술 한잔
너의 귓볼
술 한잔
너의 머리칼

널 만날 수 없을 땐
하는 수 없이

술 대신 詩.
널 대신 詩.







행여, 어쩌면




이렇게 천둥이 치고 큰 비가 내리는 날 밤에는
당신이 너무나도 그리운 그 만큼

행여 결이 고운 당신의 마음 가장자리에 빗물이 튀게 되면 어쩌나
행여 큰비에 나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너무 젖게 되면 어쩌나
행여 그 빗물에 그리움이 떠내려 가 버리면 어떡하나
행여 그리하여 어쩌면 그리움이 아주 지워지지나 않을까

그런 생각이 자꾸만 쌓여서
일을 하다가 손을 놓고 빗소리에만 귀를 기울여요.






나는 그대로인데





나는 그대로인데
꽃은 다시 피고
떠났던 그대는 다시 돌아오시고

나는 그대로인데
나는 그대로인데
나는 그대로인데






그대가





나무 그림자가 나무를 만든다.
꽃 그림자가 꽃을 만든다.
그대의 그림자가 나를 만든다.






투명한 달, 반짝이는 작은 별





너를 만나러 가는 초저녁 길,
내내 나를 따라오던 투명한 달을 보고
내 정원에만 피어난 꽃을 자랑하듯 자랑하고
함께 돌아오는 길,
단 하나 눈부시게 반짝이는 작은 별을 발견하고
네 마음 환히 들여다 본 듯 기뻐하고.








기도(祈禱) 또는 애원(哀願) : Chopin - 피아노 협주곡 제 2번 - 1. Maestoso





네가 푸른 새처럼 더 자유로워지길
네가 흐르는 물처럼 더 부드러워지길
네가 그 위에 나긋이 감도는 나뭇잎처럼 더 유연 해 지기를
네가 그 위에 실가지그림자 드리운 이름 없는 나무처럼 더 섬세 해 지기를

그리고 나는

새장 속에서도 즐겁게 노래하는 새처럼 덜 자유로워지기를
속으로만 소리 내는 바다처럼 덜 부드러워지기를
한겨울 한 가지 위 굳건한 마지막 잎사귀처럼 덜 유연 해 지기를
든든하게 뿌리내린 아름드리 큰 나무처럼 덜 섬세 해 지기를

그리하여 우리는

절대로 마르지 않는 꽃병 속의 물과 그 꽃처럼 끝없이 사랑하기를
꽃도 꽃병도 물도 모두 내내 처음 그 모습 그대로이기를

이 모든 부질없는 기도가 원하건 데 부디 부질없는 기도가 아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