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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 - 계절, 시간

작성자
specialog
작성일
2015-02-25 12:34
조회
627
기분 좋은 날씨




날씨가 좋으니까
기분이 좋아.

기분이 좋으니까
구름도 그리고
새도 그리고
물고기도 그리고






가을이 온다. 천천히



그 노래를 듣고 또 들어도 싫지 않았던 정확히 딱 그 만큼만
너를 기다리는 동안 왼편에 있던 달이 오른쪽 저 만큼 흘러가도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던 그만큼만
아무렇게나 손질을 한 머리카락이 바람에 산산히 날려
정확히 딱 그만큼 절대각도로 얼굴을 가르던 그때 그 만큼만

사랑하자
나보다 너를 그런 너보다 나를





2005 無題



새벽이 밝아오자
너에 대한 기억은
밤의 정령과 함께 사라지고

너를 대신하여
울창한 숲을 닮은 새벽의 여명이
그리움으로 지친 긴긴 밤의 수고를
살며시 위로 해 주고 있었다.





한 여름 밤의 꿈



한밤중에 꽃병과 화분을 가져다 놓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더니
어디선가 무당벌레가 찾아와 그려놓은 꽃 위를 걷는다.
그림 꽃이 반가워서 인지 기뻐서인지 낯설어서인지
바쁜가보다.
걸음이 몹시 빠르다.
그녀의 낯설고 기쁘고 바쁜 빠른 걸음을 뒤쫒아
날 닮은 그녀를 황급히 꽃 옆에다 그려넣고
나도 무당벌레가 되어 그림 위를 걷는다.





화가의 초여름




하얀 피부를 적시는 초여름 까만밤의 신선한 바람
물감의 살가운 감촉을 기다리는 한 가득 흰 종이
수많은 음표로 잘 짜여진 죽은 음악가의 흥겨운 노래
수초어항 속, 빛 고운 열대어
귓가에 남아있는 여전히 부드러운 그대의 목소리





밤에게



다 가져 가렴

연분홍빛 내 영혼도
푸르른 내 몸도
눈부신 내 청춘도

다 가져 가렴







아쉬움




달콤한 초저녁잠을 자고 일어나
일이 잘되는 새벽녘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다가
저 멀리 하늘이 파랗게 되고 새들이 지저귈 때 쯤 이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유리병에 켜켜이 재워둔 달콤한 모과차가 비어가면서
거기에 햇살이 들어와 투명 해 질 때처럼
그립던 그 사람을 만나고 돌아오던 그 순간처럼.





생활




햇볕이 아직은 머리위에 비춰주고 있고
언젠가 머리위에 떨어질 망각의 흔적들이
시간의 날개위에서 춤추는 걸 바라 볼 뿐이지.








겨울노래




동지섣달 기나긴 밤
섣달그믐
정월 초하루

글씨 하나 공작 깃털 하나 글씨 하나 공작 깃털 하나 글씨 하나 공작 깃털 하나 글씨 하나 공작 깃털 하나 글씨 하나 공작 깃털 하나 글씨 하나 공작 깃털 하나 글씨 하나 공작 깃털 하나 글씨 하나 공작 깃털 하나 글씨 하나 공작 깃털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