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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좋구나...

작성자
specialog
작성일
2015-02-25 09:46
조회
461
갑자기 마음이 상해서
오후 4시 반이 조금 넘어서
정말 좋아하지만
이시각엔 쉽사리 앉게 되지않는
남쪽으로 난 긴 창가에 앉아
노라존스의 뉴올리안즈 실황음반을 안주로
냉장고에서 갓 꺼낸 맥주를 한 잔
아기의 얼굴만 하게 커다란 와인잔에 마셨다.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져가는 해가
저편 멀리에 보이는
잘 정돈 된 작은 빌당창에 비쳐
오렌지 색으로 반사되는 것을 지켜 보다가
그 앞에 나즈막한 지붕들 위로 여러 마리의 비둘기들이
가끔 날아가고 스쳐가는 것을 본다.

늘 세상은 그러던대로 지나가고
또 오고 가고 하는데 나만 뒤척인다.
평정심,
"그래, 마음을 평평하게 가운데다 두자."
이내 빠른 밀물처럼 가슴에 닥쳐오는 상념은 다름이 아니라
정녕 그 언제쯤에 나는 진정 나이값을 하며 살아갈 수있는건지에 대한 반성과
이 평화롭기만 해 보이는 세상에 비친 바보같은 내 모습에 대한 정면직시이다.
아, 이래서 낮술이 좋구나 ....

마지막으로 왜 아, 이래서 낮술이 좋구나 .... 하냐면
다른 나쁜 기억들은 다 빼고
보고 또 봐도 늘 그립기만 한 그 사람이 말 했던 부드러운 단어들
그 사람이 움직였던 사랑스러운 몸놀림 같은 것들만 잘 선별되어 생각의 켜가 쌓여간다는 거다.

약간 현실로부터 비껴서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맥주가 비어가는 투명 해 지는 와인잔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