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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길위에 가벼운 나무잎사귀 하나

작성자
specialog
작성일
2015-02-25 09:43
조회
635
그저 부드럽게 흐르던 물길위에서
봄이면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작고 작은 연두빛 나무잎사귀 하나였다가
여름이 되어 그 크기가 커진 탐스런 한송이 꽃덩이가 되었다가
가을이 찾아오면 세상을 물들일 만큼 깊고 화려한 빛의 단풍나무 한 잎이 되어
그저 물길과 함께 흐르고 또 흘러
한겨울이 되어도 굳게 얼어붙은 심연에서조차 쉬지않고 봄을 꿈꾸었던
한없이 물기어린 나무 뿌리 하나였기 때문에

가끔가다 겨우 한 번 만나는 금쪽같은 아침시간에는
가끔가다 총명한 기운이 머리끝에 차갑게 감돌아서
덕분에 내가 사람이 아니라 그저 가벼운 무게의 나뭇잎 하나이고
그리고 이 세상은 흐르는 물길과 같다고 생각을 하면 사는 일이 덜 어려운 것도 같다

한가한 일요일 아침
늘 미련하고도 부질없게 모든것에 겁을 내고 걱정도 많은 나에게
그 동안 너무 괴롭혀서 미안했었다고 그 와중에도 그런대로 잘 살아 왔었다고
앞으로도 별 큰 어려움은 없지않겠느냐고 새삼스러운 위로와 감사와 격려를 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