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든 목련과 커피 필터

술을 마시고 나오는 길에
술집 앞마당에서 잘 생기고 두툼한 목련의 목덜미를 똑 끊어 나왔다

이차로 온 노래방에서 가방을 열어 보니
가장자리와 군데군데가 누렇게 변한 흰 목련 두 덩이가 얼굴을 내민다

시신을 거두듯 두 손으로 살며시 그 둘을 감싸주었다
새벽에 돌아온 작업실, 오자마자 가방을 연다

지난 밤 내려 마신 커피 필터옆에 꺼내 놓은 시든 두 송이의 목련이 아주 닮아보인다

내 육신와 감정의 잔여물 또는 소모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