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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찻길과 우리막내

작성자
specialog
작성일
2015-02-25 04:37
조회
558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막내가 태어난 우리 집은 철길 옆에 있었다.
3층으로 된 우리 집은 1층은 엄마의 의상실,
2층은 외할머니, 아빠 엄마, 나와 내 동생 둘, 일하는 언니가 살았고
3층은 둘째 이모네가 있었다.
가끔 하루에 몇 번씩
기차가 지나갈 때에 나는 갓 태어난 우리막내의 귀를 틀어막는 일을 전담했었다.
기찻길로 나가는 쪽문 앞에는 커다란 수양버들이 늘어져 있어서
막내가 마마에 걸렸을 때 외할머니는 작은 주머니에 밥을 넣어 그것을 나뭇가지에 달아 놓은 뒤
그 앞에서 나와함께 누군가에게 두 손 모아 기도를 했다.
그리고 말할 수 없을 만큼 개구장이 였던 동생 재선과 나는
강아지풀과 가끔 다리를 베던 무명초들이 많았고 뜨거운 여름 볕에 달구어진 비린내 같은 것이 나던 기찻길 레일위에서 무언가 놀이를 했었다.
밥 먹으라고 밥 먹으라고 소리치는 미스 김 언니의 쩌렁한 목소리를 뒤로하고 우리는 저기끝까지 뜀박질을 하는가 하면 잘 걸어가던 레일위에 있던 서로를 등 뒤에서 밀어내며 토닥거리며 그렇게 해가 저물었다.
여름이면 큰 아궁이가 두개 있고 커다란 밤색 식탁이 기찻길이 보이는 창문가를 채우던
넓은 부엌에서 우리모두는 외할머니의 호박전과 오이지를 먹었다.
그리고 밤새 울던 고양이가 새벽이 되자 일곱 마리의 새끼를 낳아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하던 가끔 연탄가스를 피워 올리던 안방 옆의 또 다른 아궁이
그리고 또 안방문가 옆 한쪽 마루 켠 에서 뚜껑달린 나의 책상위에서 나는 언제나 뭔가를
했었다.
격자무늬가 불투명한 유리창으로 된 안방문 밖에는 언제나 뽀얀 햇살을 머금은 초록색 소파와 아빠가 꽂아놓으신 개나리와 버들가지가 어른댔고 그리고 그 소파위에서 월남치마를 입은 외할머니의 품에 안겨 잠이든 빡빡이 우리막내는 네살이 되어도 말을 못했었다.
시골아이 같이 늘 빨간 볼을 하고 있던 우리 막내, 진호
지금은 그 누구보다 나에겐 큰 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