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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작성자
hongjiyoon
작성일
2015-02-25 15:13
조회
613
언니

빠듯한 시간이 흘러가는 걸 멀리서 바라보고있다는 생각이 들어.

형언이 되지않는 전시를 앞둔 작업의 초조함이 밀려닥치던 오후에

전화기를 넘어들어오는 언니의 목소리가 얼마나 힘이 되던지.

근 이십년을 사귀면서도 언제나 변하지 않는

우리사이의 뜨뜻미지근한 혈류가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매번 남미음악으로부터 에너지를 길어 오던 중에

오늘은 언니의 잘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따뜻한 목소리같은

철이 나기 전에 즐겨듣던 카잘스와 양성원 그리고 지진경의 첼로독주와

그리고 늘 흠모 해 마지않던 글렌굴드의 피아노를 종일 내내 들었어.

뜨거운 내 가슴 어딘가에는 맑은 구석이 가끔 남아서

내가 불타올라서 타버리지않고 멀쩡히 살아갈 수있는 모양이야.

그런것에도 감사하고 언니가 있어서 감사하고 그리고 이런저런 악기와

그것을 제 몸처럼 연주해서 나에게 힘을 주고 살아가게 해 주는 음악가들에게 참 감사해.

이제 저녁 일곱시가 되어도 해가 지지않는 여름이 왔네.

창밖이 아직도 환하기만 해.

그때 그 시절 처럼 무엇에도 쫒기지 않고

어떤 것에도 두려워 않고 그저 그만그만하고 지루하던 날과 같은 하루 하루가

늘 우리곁을 따라다니길...

그렇게 또 이십년이 흐르길....그래서 우리가 참 그런대로 잘 살았었다고

우리 민영이 한테 이야기 해 주자.

바람에 향기가 들어있는 것 같은 초여름 저녁에 지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