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熱 情 水 墨 -Bach와 水墨畵

작성자
hongjiyoon
작성일
2015-02-25 04:50
조회
467
熱 情 水 墨




Bach를 듣는다.




무엇이라고 단정하여 설명할 수 없는 그러나 잡힐 것도 같은 가느다란 영감의 줄기가 동시에 잦아든다.

인간의 심장소리를 닮아 無言의 화려함을 만들어내는 악기인 Cello.

그 심연의 악기로 연주되는 바흐는 저 마음 깊숙이 그 아래에 앉아있는 근원적인

울렁임의 모습으로 천천히 감겨오는데 그것은 혼미한 그 무엇인가가 아니라 켜켜이 정돈된 부드러운 지층의 형태이다.




그 위에서라면 그 어떤 행위를 한들 원래가 흔들리지 않을 듯한 단단한 변화

그리고 그 본질이 변하지 않는 만큼 그 어떤 들썩임도 없을 것만 같은 든든함 ....

Bach, cello, Bach, cello, Bach, cello ...............

듣고, 감겨들고, 나직이 가라앉고 듣고, 감겨들고,

나직이 가라앉고........

..................................................................................

그리고 생각한다.







Bach와 水墨畵







나는 수묵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글씨도 쓰고 그것을 컴퓨터에 옮겨서 영상으로 작업을 하기도 한다.

가벼이 넘겨버리기에는 무거운 힘을 가진 것이 수묵그림이다.

수묵은 물(水)과 먹(墨)으로 된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질료이며 자연과 가까운 그것은 화선지와 만나 다양한 형태를 만든다.

수묵화를 그리고 공부하다보면 인간도 그렇고 또한 인간으로부터 연유하여 행해지는 모든 것들이 자연 그 자체임을 언제나 깨닫게 된다.

이런 마음은 최근 수묵화적 그래픽 - animation영상을 하면서 더욱 분명 해 졌다.




자기울타리 안에서는 자기를 볼 수 없지만 그 너머에서는 울타리 안의 나를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컴퓨터를 사용한 영상작업은 나에게 수묵화가로서의 정체성과 수묵화를 그리는 행위의 근간을 찾아 정리하고 파악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렇게 그래픽Graphic이라는 거울을 앞에 놓고 수묵화를 보았을 때 그것은 단지 자연 자체나 재료가 가진 특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광범위한 에너지, 즉 공부에서 배워왔던 우주론적 생명력과도 같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동양화를 공부할 때 배웠던 것들 _ 먹의 성향이 단지 검은색으로만 되어있지 않다든가

모든 형태를 표현할 때에는 정확한 선을 골라야 한다든가 또한 어떤 형상에는 그것에 합당한 색채가 있다든가 하는 등의 논리들은 단지 그 모든 것의 일부였을 뿐 그 자체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단지 보여지고 파악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느껴지고 나 자체가 그것을 말하고 있을 때 가능한 것이었다.

이러한 수묵화의 현실적인 체득과 심화속에서

그래픽化된 수묵그림을 통하여 또 다른 수묵이미지를 차용할 수 있게 되었고

또한 그것은 나에게 평면너머의 또 다른 것이 존재하고 있음을 일깨워 주었다.




나에게 있어서 수묵화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의 최선이자 하고 있는 변용 가능한 모든 것의 기본적 개념으로서의 수묵화이다.

그것은 그 표현자체로 하나의 수묵그림이 되기도 하고 때로 글씨가 되기도 하고 영상작업이 되기도 하고 그것에 사용된 still image가 또 하나의 그림이 되기도 한다.

나는 나의 변형된 그 어떤 형태의 수묵화나 그것을 사용한

다른 것에 집착하지 않으며

내가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재료로서 그것을 사용하여 늘 변화를 꿈 꾼다.

나에게 수묵화는 질료 자체가 갖는 특성을 지칭하는 그림이 아니라 예술적 신념과 극명한 이미지의 내용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수묵이며 다른 여러 가지 도구를 사용하여 내 것으로 만드는 것들의 기본단위인 것이다.

이러한 나의 수묵화가

마치 수많은 음악가와 연주자들이 바흐를 그렇게 수많은 시간동안 여러 번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변형하고 차용하여 연주하되 늘 바흐고유의 음색으로 인간의 가장 밑바닥의 감성줄기 하나를 튕기듯 그렇게 본연의 빛을 품어내었으면 좋겠다.




나는 수묵의 표현을 통하여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부드러운 심연의 열정을 단지 뜨거운 표피의 감각적 언어가 아닌 저 아래에 응집되어있는 힘의 변주로 건드리고 싶다.




그리고 그것을 통하여 내가 가진 정신을 이루고 있는 작은 실오라기 하나하나들이 천천히 하나하나 그들 나름의 생명력을 발휘하여 자연스레 밖으로 흐르게 하는 연주자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