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위에서 노래함 Auf Dem Wasser Zu Singen – 꽃, 바다
홍지윤展 / HONGJIYOON / 洪志侖 / painting. installation
2022_0617 ▶ 2022_0731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 휴관 / 입장료 없음
Carin gallery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중동 1502-12 Tel. +051-747-9305
물위에서 노래함 Auf dem Wasser zu singen //반짝이는 물결 위로/백조처럼 미끄러지는 저 작은 배/일렁이는 환희의 물결 위로/내 마음도 배처럼 미끄러져 가네/뱃전에 내려앉은 붉은 노을이/물결 위에서 춤을 추네//서쪽 숲 나무 위로/붉은 노을 다정히 손짓하고/동쪽 숲 나뭇가지 아래/갈대가 노을 빛에 살랑 인다/내 마음도 붉은 노을 속에서/기쁘고 평온하네//아, 시간은 흔들리는 물결 위에서/이슬 젖은 날개로 사라져가네/내일도 시간은 날개 위로/어제와 오늘처럼 사라져가겠지/나도 찬란한 날개를 타고/시간을 따라 사라지겠지
물위에서 노래함//홍지윤 //거울 같은 물결/물에 비친 태양//옷이 다 젖는지도 모르고/태양이 다 지는지도 모르고 //물장난을 하는 어린 아이//거울 같은 물결이 되고/물에 비친 태양이 되고//그리고//나와 멀리 있는 당신/물로 쓴 나와 물로 그린 당신//그래//꽃이 되고 꽃이 되자/바다가 되고 바다가 되자
[물위에서 노래함]은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의 곡으로
프리드리히 슈톨베르그Friedrich Leopold Graf zu Stolberg-Stolberg의 시가 노랫말이다. 노래와 선율은 끊임없이 반짝이며 흔들리는 물결처럼, 시간처럼 흐른다. 나와 같이. 그리고 또 하나의 고향인 독일 레겐스부르그의 도나우 강물결과
부산 해운대의 바다물결과도 같이. 이 곡이 전시의 단서가 되었다. 이 전시는 꽃과 바다를 주제로 시공간을 이야기한다. 아울러 자작시와 문학적 요소를 모티브로 하는 작업의 특성과 자전적인 최근작들의 연장선에 있다. 독일 문학가들의 시어를 그리듯 적어 넣은 그림, 현재의 채색 꽃과 과거의 수묵 꽃, 바닷가 옆 전 시장, 이러한 것들이 전시의 주제와 연관된 시공간이다. 전시의 축은 늘 그랬던 것처럼, 물결에 비유하여 흘러가는 시간을 노래하는 원곡의 노랫말에 댓글을 달 듯 지은 자작시이다.
이 둘을 나란히 놓아 전시의 배경으로 삼고,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서대로 현재에서 과거로 시공간이 물결친다. 독일시와 자작시의 시어로 된 꽃 그림, 채색화의 근원인 수묵화, 초기 수묵과 수묵 영상작품을 설치한다. 공간별 대표작 중심으로, Space1. 1전시장에 신작 [물위에서 노래함 – 꽃, 바다 2022], Space2. 2전시장에 [꽃 춤 2018], Space3 3전시장에 [붕 鵬 – 사유의 바다 2003]의 구성이다.
이는 작품을 제작한 시간 순이며, 주로 꽃을 그린 채색화로 알려진 작품세계의 기반이 된 수묵 추상작품부터 현재까지의 스펙트럼,‘시간의 바다’이다. 작품들 서로 서로가 흔들리는 물결처럼, 시간처럼 흐른다. 그것들이 바다가 되어 나와 당신의 가슴속으로 흘러가게 [둔다]. 전시장 밖 해운대의 물결. 바다. 바로 그 장면들이 그런 것처럼. 물위에서 노래함.
물위에서 노래함, 가변설치, 2022
Space2. 2018年
동양의 시공간은 무한하여 너그럽고 유연하며 확장적이다.
음과 양이 다르지 않기 때문에 현실과 비현실, 삶과 죽음, 채움과 비움, 이상과 꿈이 공존한다.
수묵에서 말해왔던 이상적인 것 또는 삶은 본질적으로 ‘소요유(逍遙遊)’의 시공간과 어린아이의
‘유희’와도 같다. 나에게 이러한 고전의 담론은 사계절마다 작업실 창문 앞에 피어나는 장미를 찍
는 유희와 핸드폰의 사진앨범에 담긴 일상의 사진들이다. 이를 구륵법과 몰골법을 사용하여 모필
로 사생하고 간단한 컴퓨터 작업을 하여 ‘가벼운 수묵 꽃’ 그림으로 만든다.
송나라 시인 양만리의 시 ‘월계화(月桂花)(사철 장미)’의 두 문장을 본다.
只道花無十日紅(지도화무십일홍) 此花無日無春風(차화무일무춘풍)
열흘 넘게 피는 꽃은 없지만 이 꽃은 봄날, 봄바람이 따로 없구나.
봄날과 봄바람 없이도 늘 피어나는 나의 꽃이 춤을 춘다.
수묵공간은 이 ‘춤’의 무대가 되어 꽃은 화단, 카메라, 모니터, 장지, 족자, 프랭카드를 넘나든다.
자유로운 수묵의 공간안에서 흩어 모였다가 사라지고 추락했다가 비상하는 나의 꽃을 본다.
춤을 추듯 자유로워야 하는 우리의 삶을 본다.
꽃춤,digital print on scroll, 300x1000m,2018
백만송이 장미, ink on mulberry paper, each35x24cm, installation, 2022
별들의 편지, ink on mulberry paper, 162x130cm, 2015
Space 3. 2003-2022年
코비드의 초봄, 오랜만에 또 다른 고향, 독일의 중세 도시 레겐스부르그에 들렀다.
검고 힘차게 소용돌이치며 흐르는 도나우의 물결을 들여다보며 명경지수明鏡止水를 떠올렸다.
그리고 돌아온 늦봄, 지는 봄꽃들로 범벅이 된 나른한 바다, 해운대에 떠있던 아직은 서늘한
태양이 뜨거운 목구멍속으로 들어왔다.
검은 바다//홍지윤
검은 바다, 깊이를 알 수 없는./무명의 꽃들, 바다 속을 유영하는.//검은 바다를 만나러 가네.//간혹 진기한
꽃들 만이/어지러운 날씨에 반응하며/간혹 고개 내밀고 있었네.//검은 바다를 만나러 가네.//처음엔 그저 서
로 바라만 보았네/이내 그도 꽃처럼 바다 속을 헤엄치네/그가 바다의 편이면 바다는 그를 삼켰고/바다가 그
의 편이면 그가 바다를 삼켰네.//검은 바다를 만나러 가네.//뜨겁게 사랑한 마지막 밤처럼/뜨겁게 사랑한 마
지막 하나가 되기 위해/뜨겁게 사랑한 마지막 서로를 삼키기 위해//검은 바다를 만나러 가네.
“…한번을 날면 구만리를 나는 새 – 鵬”. 저기 아래에 작은 새는 생각한다. 나는 조금만 날려 해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그는 어떻게 그 먼 거리를 한번에 날아 대체 어디로 가는가?…”
莊子. 逍遙游 中에서
나에게 ‘새(붕(棚))’는 작게 여겨지는 나의 자아와 인간적 욕망과 이상,
그리고 고독과 열정의 환희를 품은 삶과 죽음의 또 다른 이름이다.
나는 작은 새이다. 그러나 내 안에는 큰 새 “鵬”이 있다.
움직이는 사유 – 큰새 ‘붕(鵬)’ Moving speculation – ‘Peng’,
each 162x132cm, ink with stone powder on fabric, 2003
움직이는 사유 – 큰새 ‘붕(鵬)’ Moving speculation – ‘Peng’,
video installation, 2003
움직이는 사유 – 큰새 ‘붕(鵬)’ Moving speculation – ‘Peng’, video installation, 2003
움직이는 사유 – 큰새 ‘붕(鵬)’ Moving speculation – ‘Peng’, each 162x132cm,
ink with stone powder on fabric, 2003
사유의 풍경 162x130cm, ink with stone powder on fabric, 2000
밤꽃,162x224cm, ink with stone powder on fabric, installation,2003
Message to life, ink on mulberry paper,116x80cm, 2015
Space1. 2022年
열 여섯 살부터 스물 둘 까지. 헤르만 헤세와 괴테와 라이너 마리아 릴케, 그리고 장 그르니에.
그들의 시어는 꽃, 강, 바다, 태양이었다. 모두 노래였다. 그런 것들은 대게 엎드려 읽다 만 책 귀퉁이
의 낙서, 그림, 편지가 되어 남았다. 청춘의 화석, 잔해물들.
이들이 공들여 공부해 온 것, ‘내가 곧 자연’이라는 동양의 사유와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차차 알겠다.
그 노래와 내 노래들이 만나서 글씨가 되고 그림으로 그려져 나의 미술 언어가 되어간다. 책의 이미지,
낙서 같은 드로잉과 결합한 그림들이 작업의 한 특성이 되어간다.
나의 미술은 동양적인 테크닉으로 구현되며 동서고금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시적 사유詩的 思惟 방식이다.
동양적 요소를 바탕으로 다원적인 융합을 도모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바다위를 하염없이 떠도는 꽃들이여,//거의 잊어 버리고 있을 쯤에야//다시 나타나는 꽃들이여,//해조들이여,//시체들이여,//잠든 갈매기들이여,//뱃머리에서 떨어져 나오는 그대들이여,//아, 나의 행운의 섬들이여 !//아침의 충격들이여, 저녁의 희망들이여,//내가 또한 그대들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으려나 ?//오직 그대들만이 나를 나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주는구나,//그대들 속에서만 나는 나를 알아볼 수 있었으니,//티없는 거울이여,//대상없는 사랑이여…….//….장그르니에의 <행운의 섬>중에서 ……
꽃, 긴 바다, acrylic on canvas,80x53cm,2022
꽃, 긴 바다, acrylic on canvas,160x53cm,2022
꽃, 긴 바다, acrylic on canvas, 400x53cm,2022
물위에서노래함–꽃.바다.시,162x130cm,acrylic on canvas,2022
봄날 하루, acrylic on canvas,220x320cm, 2021
나, 꽃, 바다 acrylic on canvas,162x130cm,2022
나-꽃-바다 acrylic on canvas, 162x130cm (part), 2022
Der Grabspruch
Rose,oh reiner Widerspruch,
Lust, Niemandes Schlaf zu sein
unter soviel Lidern.
묘비명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그토록 많은 눈꺼풀 아래서
그 누구의 잠도 아닌, 기쁨이여.
Rainer Maria Ril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