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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Life is Colorful 인생다채 人生多彩

The 15th solo exhibition

2010.3.9-5.15

PYO gallery , Seoul, South korea

Life is colorful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맑고도 푸른 한 줌의 물

Fistful of clear blue water slipping through each finger

1

Pyo gallery south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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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갈증

 어제 마신 빈 와인 잔에 봄 바람결에 떨어진 빨간 앵두꼭지 하나

오늘 마실 빈 커피잔에 지난 여름 풀섶에서 나고 지던 노란 나비의 날개

내일 마실 빈 물잔에 작년 겨울 한낮, 흰 손등 위에 무심히 남겨진 파란 눈꽃 한 송이

 

Blue thirst

 

A stem of a red cherry fallen by a spring breeze into an empty wine glass from yesterday

A wing of a yellow butterfly born and fallen from the greenery last summer in today’s coffee cup

A blue snowflake inadvertently left on the back of the hand since last winter day in tomorrow’s water glass

 

 

붉은 비밀

 

손속의 손
발 속의 발
머리 속의 머리
가슴속의 가슴
꿈속의 꿈
그래, 그 붉디 붉은 꽃 속의 꽃

숨바꼭질 속의 숨바꼭질

 

Crimson secret

 

hand within a hand
feet within a feet
head within a head
heart within a heart
dream within a dream
and yes, the intense crimson flower within a flower

hide and seek within hide and seek

 

하루, 까마득한 봄볕에

 

그 어디에도 너는 없다.
하늘 끝, 구름 저 너머에도 너는 없겠지.
혹시 민들레 꽃씨가 하염없이 떠다니던

봄날 하룻동안 잠시

내 곁을 유영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내가 까마득한 봄볕에 정신이 팔려 그만

곁에 머물던 너를 떠나 보냈던 건 아닌지

 

 

A day, infinite spring sun

 

you are nowhere in sight
you are nowhere beyond the sky and clouds
maybe when the dandelion seed were aimlessly a float

a brief moment on a day in spring

were you here a float next to me
while distracted by the infinite spring sun

did I send you away

 

 

종이 배

오래되고 낡은 파란 지붕 위에

날아와 앉은

흰 종이 배
하나는 너로부터, 하나는 나로부터
그리고 또 하나는

그리운 저 하얀 바다의 찬 물결로부터

 

White origami boat

on an old and worn out blue roof

drifts and lands

white origami boat
one from you, one from me
and another

from the brisk white waves I yearn for

 

노란 추억

똥그란 별 하나
노란 눈썹 달 하나
까만 하늘

그믐 밤
어제

 

Yellow memory

one round star

one yellow eyelash moon
black sky

the last night of the lunar moon
yesterday

 

Life is colorful… / 푸른 갈증 / 어제 마신 빈 와인 잔에 봄 바람결에 떨어진 빨간 앵두꼭지 하나 / 오늘 마실 빈 커피잔에 지난 여름 풀섶에서 나고 지던 노란 나비의 날개 / 내일 마실 빈 물잔에 작년 겨울 한낮, 흰 손등 위에 무심히 남겨진 파란 눈꽃 한 송이(홍지윤) ● 전시를 앞두고 만난 홍지윤. 최근 몇 개월 동안 그녀는 기분(氣分)이 참 좋았다 했다. 작년부터 해보고 싶었던 그림들을 마음껏 그렸고 또 그것을 전시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나이가 더 들기 전에 큰 그림들을 그렸기 때문이라 한다. 그녀의 말처럼 이번 표 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은 작년 7월 중국 798 소재, 갤러리TN 전관에서의 개인전 이후 최근 성곡미술관 그룹전 『인턴날래』에 이르기까지 약 10여 개월 동안 제작한 대형작품과 신작 십여 점 그리고 영상 작품 한 점을 선보이는 의욕적인 자리이다. 지난 한여름 중국에서 홍지윤은 전시가 열린 갤러리 전관을 통으로 장식했다. 상당히 큰 공간이었다. 매력적인 동시에 어려운 공간이었다. 당시 홍지윤의 전시는 통 큰 대형 작업이었다. 통 큰 홍지윤의 의욕이 유감없이 드러낸 전시였다. 그것도 모자라 그녀는 갤러리 입구 골목 바닥에 20여 미터의 15색 띠를 전시장 외벽으로부터 그려냈다. 그리고 그 위에 사뿐히 아름다운 시(詩), “…그리하여 모두다, 무지개 빛을 가장하여… ” 를 올려놓았다. 지난 2월초 다시 그곳을 방문했을 때 그것은 8개월 전의 기억과 함께 선명하게 바닥에 남아 있었다. 당인(唐人) 갤러리 등 798 내에서도 쟁쟁한 갤러리들이 포진한 골목이다. 다소 흐릿해졌을 뿐. 대담한 스케일과 함께 홍지윤의 확장된 전시 개념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이번 표 갤러리에서의 국내 전시는 그녀의 통 큰 스케일과 지난 작업성과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홍지윤은 최근 성곡미술관에서 열린 『인턴날래』전에서도 1층 전시장 대벽을 대작으로 가득 채우는 대담함을 보였다. 압권이었다. 영상설치작업, 유행가 시리즈를 더해 그녀의 문학적이고 시적인, 자유로운 영혼을 경험하기에 충분했다. 오색 무지개처럼 어느 한가지로 집어서 말하기 어려운, 톡톡 튀는 개성과 그 동안 배가된 창작 의욕을 보였다. 최근 몇 년 동안 이처럼 큰 스케일의 대담한 작업은 보지 못했다. 홍지윤의 작업은 보는 이의 기분도 함께 좋아지는 이른바 ‘나비효과’를 보인다. 요즘 들어 기분이 더욱 좋다는 홍지윤은 바로 그 기분을 특유의 정취(情趣)로 드러낸다. 기분은 상쾌함, 또는 우울함과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직접적인 자극이 분명하지 않은 미약하고 지속적인 감정이다. 홍지윤은 자신의 작품 속에 수 없이 적어 놓은 시들을 통해 알 수 있듯, 특정한 내용이나 대상을 지칭하고 관계하고 있지만, 그러나 그것이 단순히 지시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있다.

그의 작업 노트를 펼쳐 보면, “나의 작업은 유희로부터 시작된다. 시를 짓는 것이다. 노래하는 것이다. 현상 너머의 현상, 꿈 너머의 꿈, 사랑 너머의 사랑. 구름 너머의 구름, 꽃 너머의 꽃, 새 너머의 새, 사람 너머의 사람. 그 모든 것들이 하나라고 하는 사실이 우리의 눈에는 절대로 하나로 보이지 않는다. 하여 화가인 나는 그 모든 것에 가장 가까운 친숙한 형상을 빌어 결국에는 하나인 것을 환영으로 증명하려는 것이다. 섞이지 않는 것들을 섞으려 하는 것이다. 구름이 꽃으로, 꽃이 새로, 새가 사람으로, 사람이 사랑으로, 사랑이 꿈으로, 시가 글씨로 글씨가 그림으로 보이게 한다거나 또는 느끼게 한다거나, 그 반대이거나, 그 모두이거나, 때로는 거절하고도 싶은 존재와 부재, 교합과 부정교합에 대한 진실에 고하는 메시지를 수 없이 쓰고 또 쓰고 싶은 것이다.”라고 적고 있다. 작업노트에 따르면 홍지윤의 작업은 그가 지닌 활달하고 낙천적인 그러나 다소 우울한 성격으로부터 비롯하되, 그녀의 지적 호기심과 함께 인간적인, 세상 속 감정과 결합하여 객관화되고 있는 것이다. 기분과 감정을 시와 그림에 적극 이입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홍지윤의 지난 겨울은 밝고 즐겁고 행복했다. 외로이, 그러나 즐거이 새봄을 맞는 홍지윤은 이번 전시에서 무지개를 제안한다. 유행가와 함께 한 그녀의 경쾌한 시각적·청각적, 공감각적 운율에 맞춰 무지개를 타러 가자. 그 속에 빛나는 그녀의 빛을 품어보자. 홍지윤의 무지개는 대기 중에 높이 떠있는 것이 아니라, 전시장에, 우리네 마음속에 떠있는 수평의 무지개다. 시간에 따라, 감정 조건에 따라 변하는 무지개. 홍지윤은 자신의 세속적 바람을, 시로 적어 무지개 위에 간단히 실어 놓았다. 그것은 자신만의, 특유의 감정 일기(日氣), 심상(心像)으로 무지개 속 색조를 한껏 진하게, 흥건하게 물들이며 빚어낸다. 최근에는 기존의 시 작업에 음악, 노래가사를 더해 정조와 함께 정취를 읊조리며 흥얼거리게 한다. 또한 평면을 벗어나 전시장 바닥이나 일정 공간에 영상·설치작업으로 전개되는 등 홍지윤의 한층 확장된 작가적 의욕을 보인다.
 성서에는 무지개를 노아의 홍수 후 신이 다시는 홍수로써 지상의 생물을 멸망시키지 않겠다는 보증의 표시로서 인간에게 보여준 것으로 적고 있다. 당시 그것이 하늘과 땅 사이의 다리였던 것처럼 홍지윤의 무지개는 그의 자유로운 영혼과 현실 사이의 연결 고리다. 세상을 밝게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그의 자유로운 영혼은 주단 같은 무지개를 타고 보는 이의 마음속으로 미끌 듯 흘러들 것이다. 눈에 보이는, 1차적인 가시적 무지개로부터 2차적인 무지개, 즉 마음을 적시는 영롱한 심리적 무지개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홍지윤의 작업은 이러한 심리적인 맥락 외에도 철학적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다. 그녀의 말처럼 대상과 대상 이면의 상호관계를 지적하거나 환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홍지윤 특유의 정조(情調)와 창조적 자발성은 예술을 ‘기분에서 비롯되는 자유로운 생산’이라 했던 F. 슐라이어마허(Friedrich Ernst Daniel Schleiermacher)의 말을 상기시킨다. 홍지윤의 작업이 개인적인 기분, 감정체험으로부터 창조적 형상화에 이르는 총체적 체험을 반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홍지윤은 화가인가 시인인가. 혹자는 화가라기 보다는 시인에 가깝다고 한다. 음유시인… 이번 전시는 다재하고 다감한 홍지윤의 넉넉하고 예민한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누군가 ‘인생의 겨울에 봄은 없다’고 말했다. 봄날 아지랑이를 보듯, 써 내려간 듯 얹어 놓은 자유롭고도 유연한 홍지윤의 붓질은 작가 특유의 자유로운 영혼을 자신의 삶에, 우리네 고독한 영혼과 고단한 삶에 전하는 희망의 몸짓에 다름 아니다. 시(詩)·서(書)·화(畵)의 현대적 외화에 능한 작가의 자유로운 영혼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렇듯 주관과 객관을 종합하는 홍지윤의 숨바꼭질은 꿈의 무지개가 필 때까지, 우리네 삶이 활짝 피어날 때까지, 꿈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세상 가득 총천연색 무지개를 펼쳐 보일 것이다. “(나의 작업은) 꿈을 꾸는 것이다. 꿈속에 나타난 꿈을 좇듯, 그림이라는 이름으로, 세상 모두이거나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이러한 변증의 작용이 낯설고 팽팽한 불화(不和)의 긴장으로 울림이 되고 이러한 모순이 바로 인생임을 말하고 당신과 내 삶의 에너지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색으로 드러난 시간의 흐름과 감정의 변화 세상에 대한 생각과 태도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 (작가노트, 일부 필자번안) 이번 표 갤러리 개인전에서 경험할 수 있는 홍지윤의 객관화된 자아감정은 지난 중국에서의 전시에 이어 최근 그룹전에서의 출품작에서 보았듯, 홍지윤식 미적 체험의 유연한 구조를 추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림만큼이나 시를 사랑하는 홍지윤이 최근 적어 놓은 시들은 제목과 내용에서 대부분 색을 담고 있다. 푸른 갈증, 빨간 앵두꼭지, 노란 나비의 날개, 흰 손등, 파란 눈꽃, 붉디 붉은 꽃, 붉은 비밀, 흰 종이배, 파란 지붕, 하얀 바다, 노란 추억, 까만 하늘, 노란 눈썹 등이 그것이다. 홍지윤의 말대로 그녀의 삶은 총천연색이다. 우리네 삶 역시 총천연색이다. 얼마만큼 많은 색으로 칠할 수 있을까? 지난 몇 년, 우리네 주변 삶은 실로 다사다난 했다. 오라 한 적 없건만, 봄은 이렇게 훌쩍 우리 옆에 다가와 있다. 진정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홍지윤의 작업에 등장하는 유행가는 아니지만, Supertram의 노래, 「The logical song」이 떠오른다. 끝으로 그 일부를 적어본다. ● When I was young, it seemed that life was so wonderful, a miracle, oh it was beautiful, magical. And all the birds in the trees, well they’d be singing so happily, joyfully, playfully watching me. But then they send me away to teach me how to be sensible, logical, responsible, practical. And they showed me a world where I could be so dependable, clinical, intellectual, cynical…(중략)… Now watch what you say or they’ll be calling you a radical, liberal, fanatical, criminal. Won ‘t you sign up your name, we ‘d like to feel you’re acceptable, respecable, presentable, a vegtable! ● 봄은 봄인가보다… 젊은 작가 홍지윤의 건승을 빈다. ■ 박천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