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 3인의 매체와 그 풍경 지필묵삼매경 – 양현정 이길우 홍지윤
도올갤러리 2006.3.15~4.3
■ 평론가·작가와의 대화_“ 아직도 지필묵 … ? ”
● 주제_ 한국화의 다양한 매체실험 현상에 대하여
일시_ 2006_0325_토요일_03:00pm~5:20pm
장소_ 월전미술관 강좌실 (갤러리 도올 옆)
형식_ 발제 및 질의와 대담, 작가와의 토론
● 참가자
-김학량 (발제, 前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 現 동덕여대교수)
-반이정 (질의, 미술평론가)
-김미금 (진행, 갤러리 도올 큐레이터)
-양현정 (참여작가), 이길우 (참여작가), 홍지윤 (참여작가)
● 진행순서
15:00 발제 – 김학량
15:40 질의 – 반이정
16:30 전시참여 작가들과의 대담
17:00 관객 질의 및 답변
” 사군자 환타지 _ 친구 넷, 매 란 국 죽 낭만 ”
“사물을 느끼고 대화하고 내부로부터 들려오는 울림과 소리에 귀 기울이고자한
나의 그림은 그림과 글씨로 이루어져 있다. 현실의 고통 다음에 찾아온 환상(幻想)
내지는 철학을 동반한 낭만(浪漫)은 사물의 뒤편 또는 반대편에 자리 잡은 수묵의 화려하고
슬픈 그림자로 비춰지고 이로부터 기인한 나의 사유(思惟)와 감각(感覺)과 음유(吟遊)의
언어로 화선지위에 먹으로 글씨를 써내려 간다.
더 이상 소녀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여인도 아니었던 어떤 볕 좋은 봄날 오후,
벚꽃이 눈처럼 휘날리는 덕수궁 석조전 앞에 망연히 앉아
김밥과 삶은 달걀과 사이다를 마시며 마주보이는 그 넓은 계단위에 무심히
그려 놓았던 무수한 환상들이 이제 그림이 된다.
그 예스러운 아름다움으로 우거져 있던 무성한 숲과 같은 환상이 마음을 흔들고 움직이며
빠져나와 이제 수묵그림과 글씨가 되고 종래에 모든 환상은 빛이 되어 영상으로 변화한다.“
환상속의 그 많은 풀들, 그 많은 빗방울, 그 많은 꽃들, 그 많은 사랑들 사이에
너와 나를 닮은 귀여운 사군자, 멋진 사군자, 사랑스런 사군자, 그리운 사군자가 있다.
이들 나의 친구 넷을 소개하면 이른 봄, 가장 먼저 분단장을 하는 부지런한 매화,
찾는 이 없어도 홀로 고결한 난초, 꽃나무 지고 하늘시린 늦가을에 오히려 향기로운 국화,
나무도 풀도 아닌 것이 항상 상쾌하고 덤덤한 대나무가 그들이다.
친구란 무엇인가.
친근하고 친밀한 나를 닮은 또는 닮고 싶은 또 다른 나, 또는 너.
공자를 논하지 않더라도 친구가 없는 삶은 의미 없는 것이며 서로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서 우리는 삶을 영위 해 간다. 나는 여기에 하나 더, 나를 닮지 않은 좀 다르게 생긴 그를 친구로 삼는다. 그는 나에게 그래픽과 영상이며 동양화가 아닌 다른 그림들이다. 누군가 말하기를 스스로를 인정하는 사람만이 친구를 자기 안에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서구에서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가운데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삶을 함께 걱정하고 희망을 도모할 수 있는 관계가 친구사이 라고 한다. 나는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이들 친구 넷을 다시금 만나 애틋한 마음으로 이야기하고 바라보고 얼굴이 사뭇 다르게 생긴 그래픽과 영상을 불러 한자리에 모아 모두 함께 친구가 되고 싶었다.
왜 현대에서 고대의 해석이 필요 한가 왜 현대에서 동양화를 논하는가 하는 것에 대한
해답이 나에게는 여기에 있다. 나는 양자의 진지한 해석을 통해서 전체를 보고 싶다.
양자를 긍정의 저울위에 올려놓고 눈에 보이는 현대의 것 이면에 존재하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를 생각 해 보는 것이다.
동서와 현대와 고대를 뛰어넘는 다름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가운데 나타나는 상생과 조화,
연대의 아름다움을 은유하고 싶다.
여기에 소개하는 나의 친구 넷. 매 란 국 죽은 이러한 나의 마음을 전달 해 줄
나의 오래되고 절친한 친구들이다.
전통의 이미지를 현대의 기술과 정서로, 그리고 정적인 공간을 동적인 시간의 영역으로,
평면적인 동양화를 영상작업으로 문인화적 감수성을 고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역사성의
비유로 대신 이야기 해 줄 친구들인 것이다.
현실에 존재하는 내가 환상을 꿈꾼다.
오늘도 나는 환상을 꿈꾸며 동양화를 그린다.
그 어렵고도 더딘, 모자란 듯 따스하고 착한 세계를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