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서 만나다. 2001.10.22~11.22 떼아뜨르추 갤러리 서울
<concept>
참여 작가 유미선 홍 지윤 이 여운 조미영은
모두 홍익대 동양화과와 동 대학원 출신의 여성 작가들입니다.
유 미선은 자신이 의식하는 산의 모습을, 홍 지윤은 비구상적인 내면의 풍경을,
그리고 이 여운은 여과된 형태의 도시를, 조미영은 비어 있는 마음을 형상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외적인 화려함보다는 소소함을 더 소중한 가치로 여기고 살며 이러한 마음을 온전히 그림에 풀어놓을 줄 아는 작가들입니다.
전시 공간은 늘 우리가 지나다니고 있고,
그래서 생활의 지난함과 때때로의 기쁨이 묻어 있는 정겨운 공간인
골목 안에 위치 해 있습니다.
곧잘 마주치기도 하고 함께 할 시간이 잦은 곳이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는 이런 사람들이 모여서 실제로 간혹 만나 흉금을 털어놓는
한 장소에서 갖는 전시입니다.
살고 있는 “집” 이라는 자아의 공간에서 나왔을 때 접할 수 있는 곳,
떠들썩하지 않은 소소한 사람들이 만나는 곳,
큰 길이 아니지만 큰길로 나가기 위해 지나가야 하는 곳,
드러나거나 반듯하지 않지만 삶의 질곡이 묻어 나는 곳,
낡고 병들었지만 쉽게 변하지 않는 오랜 역사가 살아 있는 곳,
그래서 깊은 그림자를 가질 수 있는 곳.
이러한 것이 골목이 가지고 있는 성격입니다.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은 ‘골목’의 성격과 같은 맥락 위에서 이루어집니다.
결국 이번 전시는 동양화를 전공한 여자 작가들이 갖고 있는 삶을 대하는 특성과 그것이
내재되어 있는 현실이 그림을 통해 ‘골목’이라는 특정한 공간 안에서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주지한 대로 전시는 어떤 특별한 주제를 떠나 작업실에서 작업하던 그대로의 작품을
큰 의도 없이 잔잔하게 전달하고자 함하며, 힘든 작업에서 잠깐의 휴식을
주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잊고 지내 왔던 예술가 혹은 화가로서의 자유로운 마음을
펼쳐 보이고자 하는 기회를 갖고자 함입니다.
근사하고 복잡한 전시가 빈번한 이 즈음, 작가 스스로가 계획한
자연스럽고 소박한 전시를 통해서 동양화가 가질 수 있는 오히려 큰 힘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부지런하고 부드러운 여성 동양화 작가들이 작업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함께 생각 해 보는 그런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또한 욕심을 내자면 이러한 ‘골목’이 갖는 성격과 이를 의식하며 작업한 참여 작가들의
작업의 모양새가 동양화 또는 작금에 있어서 발전적인 의미의 한국화에 접근하는 바와
일치했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 봅니다.
홍지윤